얼마 전 팀 주니어 개발자가 짜온 코드를 리뷰하다가 잠깐 멍해진 적이 있다. 코드가 이상해서가 아니다. 너무 멀쩡해서였다. 예외 처리도 깔끔하고, 네이밍도 좋고, 테스트 코드까지 붙어 있었다. 3년차가 쓴 코드라고 보기엔 지나치게 정돈되어 있었다. 물어보니 역시나였다. "AI한테 시키고 제가 다듬었어요." 요즘은 이게 표준이다. 나도 쓴다. 부정할 생각은 없다. 다만 그날 이후로 계속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질문이 하나 있다. AI가 코드를 다 짜주는 시대에, 주니어 개발자는 도대체 어떻게 성장해야 하는가. 사진: Arnold Francisca / Unsplash코드 리뷰 풍경이 달라졌다15년 넘게 이 일을 하면서 코드 리뷰 풍경이 이렇게 빨리 바뀐 건 처음 본다. 몇 년 전만 해도 주니어 코드 리뷰의 절..
지난주에 개학 전 생활 리듬 복구 작전이라는 글을 썼다. 수면 시간 되돌리고, 아침 루틴 다시 세우고, 준비물 체크리스트 만들고. 그런데 개학하고 일주일을 지켜보니 하나가 더 남아 있었다. 아이들 책상이다. 방학 두 달 동안 책상은 공부하는 곳이 아니라 잡동사니 두는 곳이었다. 레고 부품, 슬라임 통, 어디서 났는지 모를 스티커들. 첫째를 앉혀놓고 숙제를 시키는데 10분을 못 버티고 일어난다. 조명은 어둡고, 책은 바닥에 눕혀져 있고, 시간 개념은 없고.결국 또 결론은 같은 데로 갔다. 육아는 장비빨이다. 이 카테고리에 글을 쓰는 게 몇 년 만인지 모르겠는데, 그때는 분유 포트와 역류방지 쿠션 이야기를 했었다. 애들이 크니까 장비도 같이 큰다. 이번에는 초등학생 책상 셋업이다. 개학하고 2주 동안 하나씩..
우리 집에는 스마트 기기가 꽤 많다. 샤오미 공기청정기, 스마트 플러그, 거실 조명, 현관 도어센서, 아이 방 온습도계까지. 문제는 이걸 제어하는 앱이 전부 따로 놀았다는 거다. 공기청정기는 미홈 앱, 조명은 또 다른 앱, 플러그는 헤이홈 앱. 아내가 "불 좀 꺼줘"라고 하면 폰에서 앱을 세 번 갈아타야 했다. 스마트홈이 아니라 앱 지옥이었다.그래서 작년에 홈어시스턴트(Home Assistant)를 집에 들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은 우리 집 인프라의 중심이 됐고, 아이 셋 키우는 집에서 이게 없던 시절로 돌아가라면 못 돌아간다. 오늘은 개발자 아빠 관점에서 홈어시스턴트 도입기를 정리해본다.사진: BENCE BOROS, Unsplash홈어시스턴트가 뭔가, 왜 필요한가홈어시스턴트는 오픈소스 스마트홈 허..
이 블로그를 오래 보신 분이라면 알겠지만, 나는 제이쿼리로 DOM을 주무르던 시절부터 웹을 만들어온 사람이다. 그 시절엔 뭐만 하려고 하면 자바스크립트였다. 아코디언 메뉴도 JS, 툴팁도 JS, 부모 요소 스타일 바꾸는 것도 JS. "CSS는 못 하니까"가 당연한 전제였다.그런데 요 몇 년 사이에 그 전제가 꽤 많이 무너졌다. 최근에 사내 프로젝트 프론트 코드를 정리하다가, 예전에 자바스크립트로 짜놓은 UI 로직 중 상당수가 이제 CSS 몇 줄로 끝난다는 걸 새삼 확인했다. 실제로 걷어낸 코드가 몇백 줄이다. 오늘은 그 과정에서 실무에 바로 써먹은 모던 CSS 기능들을 정리해본다. 이론 나열이 아니라, "원래 JS로 이렇게 짰는데 지금은 이렇게 바꿨다"는 관점으로 쓴다.사진: Unsplash, Flori..
작년부터 오른쪽 손목이 심상치 않았다. 하루에 열 시간 가까이 키보드와 마우스를 잡는 직업이라 어느 정도 각오는 하고 살았는데, 마우스를 쥔 채로 스크롤을 오래 내리고 나면 손목 바깥쪽이 시큰거리는 날이 잦아졌다. 파스를 붙이고 손목 보호대를 차 봐도 그때뿐이었다. 얼마 전 키보드를 독거미 F87로 바꾸면서 입력 장비를 한 번 정리한 김에, 이번에는 마우스 차례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고른 게 로지텍 리프트(Lift) 버티컬 마우스다. 한 달 정도 회사와 집에서 번갈아 써 본 솔직한 후기를 남긴다.왜 버티컬 마우스였나일반 마우스를 쥐면 손바닥이 바닥을 보게 된다. 이때 팔뚝의 두 뼈가 교차하면서 손목이 살짝 비틀린 상태가 되는데, 이 자세로 하루 종일 클릭과 스크롤을 반복하는 게 손목에는 꽤 부담이라고 한..
월요일 아침이면 늘 하던 대로, 지난주(8월 17일~23일) IT 뉴스 중에서 개발자 입장에서 그냥 넘기기 어려운 것들만 추려봤다. 이번 주는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AI 판의 서열이 바뀌었고, 그 와중에 보안은 계속 뚫리고 있다." 앤스로픽이 OpenAI 매출을 처음으로 넘어섰다는 소식이 단연 컸고, 국내에서는 KT의 소버린 AI 어플라이언스 출시와 반도체 주가의 롤러코스터가 눈에 띄었다. 하나씩 정리해 본다.앤스로픽 분기 매출, OpenAI 첫 추월이번 주 가장 큰 뉴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월 19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2분기(4~6월) 매출에서 앤스로픽이 116억 달러를 기록하며 OpenAI(67억 달러)를 처음으로 앞질렀다. 단순히 앞선 정도가 아니다. 앤스로픽은 전분기 대..
